‌南隆雄  Takao Minami

LEE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부터 천천히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TAKAO : 안녕하세요. 미술 작품으로 의식하고 시작한 것은 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동기와 협업 유닛으로 주로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LEE : 지금은 파리에서 활동하시고 계시잖아요. 태어나서 자란 오사카와 어떻게 다른 곳인가요?
TAKAO : 오사카 북부에서 자랐어요. 집 근처에 오사카만박이 개최된 EXPO 부지의 큰 공원이 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자주 놀러가곤 했죠. 지금도 오카모토 타로의 기념물 "태양의 탑"을 보면 홈 타운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웃음) 파리에 온 후 항상 ‘역사’를 인식하게 됩니다. 잠시 교토에 살던 때가 있었는데요. 파리는 오사카보다 종종 교토와 비교되는 것 같아요. 물론, 현대 미술에 직접 관계 맺는 서양의 유산을 체험할 기회는 파리가 더 많겠죠. 하지만, 낡은 것을 보존하며 새로움에 이해를 가진 점은 교토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LEE : 미술을 시작하기 전 심리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작품 활동에 심리학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TAKAO : 글쎄요. 심리학은 마음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일면이 있잖아요. < FFF/0 >,< Fire Simbol >은  프로젝터의 기계적 구조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었습니다. 이것들은 모종의 메커니즘에 대한 일반적 흥미가 최근의 작품 제작에 함께 반영된 것 같아요. 다만 심리학의 지식을 직접 작품 제작에 살릴 의도는 없었어요.

LEE : 작품을 시작할 당시 일본에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있었나요?
TAKAO : 학생시절 우연히 만난 학우와 아트 유닛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90년대 후반에는 퍼스널 컴퓨터가 도입되었죠. 개인이 적은 비용으로 영상이나 소리를 편집할 수 있게 된 시점인 것 같아요. 이때부터 주로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협업하여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LEE :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디지털 기술이 작업에 흔하게 보입니다. 특히, < Medi >는 자연의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TAKAO : 저는 자연과 디지털은 대치하지 않아요. 이 양자 가치는 오히려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이 자연계에 있는 것을 조합하여 성립된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그 양자 차이에 대한 아이디어보다 작품과의 관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관심이 있습니다.

LEE : 꾸준히 시각, 청각 같은 인지 기관이 세상을 인식하는 감각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TAKAO : 학창 시절, 인간의 신체 기관의 확장이 '미디어'라고 정의한 마셜 맥루언(Mashall McLuhan)의 저작을 매우 흥미 깊게 읽었습니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인지 기관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영상과 음향같은 미디어 소재를 도입하여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LEE : '시청각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을 미디어로 어떻게 도입하고 계신가요. 작업에서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TAKAO : < Fire Symbol >은 유리에 조각된 ‘불'에 관한 이집트의 상형 문자, 중국의 고대 문자 등이 렌즈를 통하여 벽면에 투영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불이라는 원소 자체는 보편적인 것이에요. 하지만, 문자를 나란히 나열하여 인간이 불을 도상화할 때, 불은 무엇이 될까요? 불을 사유할 때, 장소나 시대와 민족에 의해 다양히 변화하는 동시에 일정한 공통점이 보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 기관이 어떻게 세계를 인지하며, 표현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LEE :시청각과 감각 인지 방식의 고민은 < Open and Close >에서도 이어집니다. 평범한 사무실에서 어떤 감각을 유도하려 했나요?
TAKAO : 방 밖의 풍경이 블라인드의 개폐로 마치 카메라의 셔터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개폐와 동시에 실내 태양광의 양상이 잠시 변하는 평범한 사건으로 사무실은 새로운 공간이 됩니다. 블라인드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빛의 변화 자체에 안무적 내러티브를 주는 재미가 있었어요. < Open and Close >는 삿포로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 초빙되어 제작한 작품이었어요. 사실 아이디어가 선행되어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자 공작 전문가의 협력 덕분에 전람회 시작 1시간 전에 완성할 수 있었어요. 벌써 10년 전의 일이네요. 지금 생각하면 준비 부족이 원인이었지만, DIY감각의 제작 방식은 현재 활동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LEE : < Open and Close >의 연작으로 < Puppet study No.4 >에서는 블라인드만 소재로 사용하였습니다. 블라인드의 어떤점이 매력적이었나요?

TAKAO : 전작에서 블라이드만 이용한 작업을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Puppet Study#4는 블라인드의 개폐에 맞추어 영상이 변화하는 작품이었어요. 블라인드가 열리고 있을 때는 안쪽 벽면에 폭포의 영상이, 감겨 있을 때는 블라인드 본체에 모자이크가 걸린 영상이 전개됩니다. 피안과 현세의 경계가 같은 폭포의 상징을 블라인드의 기능으로 중첩시켰습니다. 블라인드와 영상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되고 작동하는 움직임이 재미있어서 제목을 Puppet study로 지었습니다.

LEE : 개인적으로 < ikisyon 18 >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설치된 조형물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며 마치 현장을 감시하듯 외부 카메라로 촬영하셨습니다.  
TAKAO : 쾰른의 전시에 초청되어 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소재도 쾰른에서 구하기 쉬웠죠. 감시 카메라로 조형물을 촬영하는 작품 구조에, 전시회 주변에서 모은 Site-specific 조형물 설치했어요. 이 작품은 ressentiment라는 문화적 유닛으로 제작했어요. 첫 버전을 2004년에 제작했고, 도쿄와 리버플에서도 연작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100엔샵 같은 균일가 가게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거대한 점포에 다양한 상품이 있잖아요. 이것들만 사용하여 영화의 미니어처 세트장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세트는 프로그램으로 제어하여 감시 카메라로 촬영하였어요. 그 영상을 라이브로 프로젝션하여 전체를 설치한 것입니다.

LEE : 최근작에는 < Medi >, < Difference Between >에서 뉴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맵핑 작품이 돋보입니다. 최근은 프로젝션맵핑과 일루미네이션뿐만 아니라, VR, 3D프린팅 등 신기술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요. 신기술은 작업에 새로운 고민이 되나요?
TAKAO : 뉴 미디어를 포함한 최신 기술은 노스텔지어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게 특징입니다. 물론, VR도 3D프린팅도 흥미로운 기술입니다. 다만 현재 제 작업에 이른바 최신 기술 그 자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미술과 역사적 관점으로 나름 해석하고, 작품의 주제에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크죠.

LEE :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작업에 큰 변화가 있었나요?
TAKAO : 형식적 변화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동시대에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심이 제작의 출발점이었지만, 현재는 역사적 관점을 더 느끼고 있어요. 초창기 작업과 최근 작업을 비교하며 설명해볼 수 있겠네요. 학창 시절 ‘시코쿠(四国)순례자’를 소재로 비디오 작업을 하였습니다. 당시 ‘믿음’이란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편 < Potted Plant >에서는 1900년 초에 일어난 입체파의 방법론을 비디오 설치에 응용한 작품이에요. 즉, 전자는 동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후자는 역사적 관점을 작품에 개입시킨 실험이었던 것 같아요.

LEE : 오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인가요?
TAKAO : 새로운 영상 작품을 조미아라는 동남아의 산악 지대를 소재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Medi"의 속편이 될 것 같아요. 또 어떤 하나의 컬렉션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을 역시"ikisyon18"을 기반으로 작품화될 예정입니다. 좀 더 넓은 화면, 영상 음향적인 아이디어를 조각과 건축으로 전개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