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APR 2018
Interviewee : Lee Ahram (AHRAM)
Editor : Moon Su Yeon(MOON) Lee Wei (LEE)
Korean
Photo by 김태정
LEE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AHRAM : 현재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 온지는 15년 정도 되었고, 2008년 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중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전시 및 레지던시에 참여했습니다.
LEE : 공대를 다니다 돌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십니다. 어떤 심적 혹은 외부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AHRAM : 학부 때 공대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다른 단과 대학 수업들을 두루 수강하면서 흥미를 느끼던 인문대나 미대로 전과를 알아보았죠. 그러던중, 우연히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프랑스 미대는 정식으로 입시미술을 하지 않아도 입학이 수월하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학을 결정했죠.
LEE : 프랑스는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요?
AHRAM : 프랑스는 외국이면서도 성인이 된 후 한국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 온전히 ‘내 영역’이 되지 않는 곳이면서, 이곳에 대한 어떠한 익숙함과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이질감이 함께 쌓여가는 곳이기도 하죠. 제가 살고 있는 마르세유는 프랑스의 전형적인 도시는 아니에요.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장소, 도시, 나라에서든 영감을 주는 요소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LEE : 이번에 한국에서 발표하신 작업부터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 왜 자기 방 정리를 해야 하는가 혹은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전시제목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AHRAM : 같은 제목의 작업을 3번째 버전까지 진행중이었고, 사루비아에서는 4번째 전시였어요. 제목은 전혀 다른 행위라기보다는 대조적인 행위입니다. 흔히 그렇듯 대조적인 행위는 쌍을 이루죠. 어린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방 정리를 해야 한다'라는 말은 좀처럼 반론하기 힘든 말이죠. 이 힘든 당위를 비틀어본 제목이에요. 마치 선택이 가능하다는 듯이 ‘혹은’을 사이에 둔 두 제안은 모두 각기 이 작업의 두 상태에 적용이 가능해요. 두 상태는 모두 저쪽 상태의 과거 혹은 미래이죠. 3번째 버전까지는 양극의 대조였다면, 이 버전에서는 제 3의 포인트 – 사루비아 전시장에 존재하는 기이한 작은 공간 – 이 존재합니다.
LEE : 작가가 사용하는 오브제는 일상의 흔한 소재들입니다. 가공도 거의 하지 않았구요. 가공하지 않은 오브제를 사용한 계기가 있나요?
AHRAM : 가공하지 않는게 대상에 비가역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가공하지 않는 편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물건을 깨끗이 닦거나, 정리하고, 분류하며, 배열하는 등의 비교적으로 가역적인 작업도 가공으로 본다면 한다고 할 수 있죠. 어쨌거나 작업하는 데 있어서, 가공(비가역적)하지 않는 것 보다는 가공하는 데 어떤 계기가 필요한 편이에요. 굳이 가공해야 할 이유도,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도 없다면 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물을 놓는 행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힘의 법칙, 장의 특성,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 등이 비가역적인 가공으로 인해 가려지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접착제 종류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LEE : 이러한 오브제와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관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AHRAM : 사물, 동물, 생물, 인간, 식물, 장소, 물건, 예술, 이름, 작품, 세계, 사람... 이 범주들이 서로 겹치는 부분과 경계가 모호한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이 범주들의 체계 및 위계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려 애쓰는 편입니다. 동물, 혹은 사물이라고 할 때에 그 안에 사람도 포함되며, 이름은 인간이 세계 만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드러나는 체계일 수 있어요. 이 분주하고 동적인 관계들, 유연하고 유기적인 연결상태 속에서, 유한한 몸과 감각 체계를 가진 생물로서 어떻게 위치하고 행위할 것인가, 혹은 하지 않을 것인지 계속 고민 하는 중입니다.
LEE : < là seulement est le prénom, et là est seulement le prénom >, < livre de sable > 등, 종종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작은 단위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볼 때의 감각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나요?
AHRAM : 작지만 보편적으로 감각이 가능한 부분을 다룹니다. 현미경이 있어야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항상 있던 어떤 것이 감각으로 인지되는 순간 및 조건을 포착하려 해요. 크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 방식으로 인해 잘 포착되지 않거나 무시되는 부분들이 드러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LEE : < 마이크로 시티랩 >부터 < 오더/디스오더 >까지 심소미 큐레이터와 몇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심소미 큐레이터와는 어떤 협업을 하고 있나요?
AHRAM : 잘 포착하기 힘든 것들, 모순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점, 기존의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생경한 경험들, 미세하게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들, 비교적 덜 견고한 것들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있어서 최근 함께 작업하게 된 것 같아요.
LEE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계획 중인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나요?
AHRAM : 현재 프랑스 남서부 몽플렁깡에 위치한 폴렌 레지던시에서 작업중이며, 곧 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 Photo by 홍철기